응답하라 1988 2015. 10. 20. 02:55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에 이어 곧 응답하라 1988이 방송된단다. 대략 내가 우리나라를 뜬 이후의 사회상이 그려진 앞서의 응답하라 시리즈와는 달리 내가 우리나라에 있을때를 그린 1988에는 관심이 더 가지만, 어쩌면 그 내용은 내가 알던 우리나라와는 아무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80년대를 살아본 사람들은 80년대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부마사태부터 시작해서 1026 1212 518 을 거쳐 있는대로 얼어붙었던 나라가 84년 시험거부 사건으로 대학에 난리가 나고, 수많은 분신 투신 사건들을 거져 탁억사건, 629 사기선언에 87년 대선 후보 단일화 실패와, 전교조, 3당 야합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물살로 수많은 사람들을 찢어버린 80년대에서 어쩌면 88년이라는 설정은 80년대의 그 급박한 물살을 외면할 수도 있겠다 싶다.

왜냐면, 80년대를 제대로 그리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가 소화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실은 우리나라가 잘 소화한 시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제도권 (기득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정치인들이 원하는 바도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88올림픽부터 시작해서 그냥 3S를 중심으로 그리는 것이 생존에도 유리하고, 사람들의 단순한 흥미를 유발하는데는 더 쉬워보인다.

이래 저래 난 1988에 아무 기대가 없다. 바다 건너에 사는 나로서는 기대를 가지거나 가지지 않을 자격도 없을 지도 모른다. 안타까울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