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으로 받은 공책 2015. 10. 21. 06:09

초등학교 졸업할때 상을 받았다. 중학교 들어가면 머리를 짧게 깎아야 한다고 해서, 졸업식 전날, 혼자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깎았는데, 이발사 아저씨가 장난을 쳤나보다. 아주 하얗게 면도를 하고 집에 돌아왔다. 엄마는 황당. 그렇게 초등학교 졸업식을 갔다. 내 초등학교 졸업식 사진은 그렇게 머리를 하얗게 깎은 아이가 서 있다.

중학교 들어가서 신을 거라고 사 신은 신은 내 발에 너무나 커서 자꾸 벗겨지는데 그걸 신고, 상을 여러개 받은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상으로 받은 공책이 너무 많아서 아주 무거웠단 기억이 있다.

몇달전에 본가엘 갔다가, 아직도 잔뜩 쌓여있는 그때 받은 공책더미를 보았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다니면서도 못 다쓴 정도도 아니고 그냥 남아있다. 저걸 졸업식날 아이들한테 하나씩 나눠주었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사실 이것도 굉장히 치기 어린 생각일 수도 있다) 다들 졸업식에 상 하나씩 받았다고 집에 가서 자랑할 수 있었을테고 (공책마다 정성스레 상 하고 찍혀있다). 난 가벼운 가방을 들고 올 수 있었을텐데.

다시 산다면 조금은 더 잘 살 수 있을까. 그냥 미안한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