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우리산 유감 2015. 10. 22. 06:23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아주 멀리 보이는 쌍봉의 산이 있는데, 우리는 그 산을 '봉우리산' 이라고 불렀다. 멀리 소풍을 갈때도 그 산은 그냥 멀리만 있는 그런 산이었다.

어느날, 학교에 테니스장을 만든단다. 그때가 대략 우리나라에 연식 테니스 (들어나 봤나 ?) 붐이 불었다가 물러나고 '경식 테니스' 란게 들어오기 시작한 때다. 팡팡 때리면 안되고 살짝 갖다대야 한다.. 뭐 이런 얘기를 하던. 이렇게 딱딱한 공에 맞으면 아프겠다. 뭐 그런.

여튼 1학년때 우리 교실 있던 바로 앞에 조그마한 운동장 (이라 쓰고 공터라 읽어야 맞겠다)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 만든단다. 빗물이 잘 빠져야 하기때문에 일단 깊이 파고 (대략 그때 내키의 반쯤은 판 것 같다. 누가 어떻게 팠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아마 내가 판 것은 아닌듯. 70년대 초반이라 중장비가 있었을 리는 없고) 아이들 머리통 만한 큰 돌을 깐다고 했다.

그런데 그 돌을 봉우리산에서 가져온단다. 우리가. 그때 전교생이 (1학년! 부터 6학년까지) 대략 1400명 남짓 되었다는데 전교생이 봉우리산에서 우리 학교까지 줄을 서서 한사람 한사람씩 날라서 온단다. 거리가 1400미터보다 훨씬 더 머니까 이 짓을 여러번 해야 한다!

아이들 발걸음에 거기까지 갔다 오는데만도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리는데 이 짓을 여러번 했다. 아이들 머리만한 돌은 아이들에겐 너무나 무거운 돌이다. 그런데.. 테니스장이 생긴다고 (우리가 테니스가 뭔지나 알았나) 했다.

큰 돌들을 채워넣고, 자갈돌을 채워넣고, 모래를 깔고 소금을 뿌리고 위를 골라서.. 짠 요즘으로 치면 클레이코트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추가의 공사를 한다. 철망을 친단다. 아 공 안 잃어버릴려고 그러는구나 했다. 그러고는 문을 만들더니 자물쇠를 채워버린다.

비가 와도 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고 좋아했는데, 아이들은 들어오지 말란다. 선생님들만 테니스 치는 놀이장을 아이들 수업 빼먹고 공짜 노동시켜서 만든거다.

요즘 생각하면 난리가 났을 일이고 교장선생님부터 주왁 직위해제 되어야 할 사건이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직도 구글로 들어가보면 학교에 다른건 다 바뀌었어도 테니스장 하나만은 건재하다. 그때 참 잘 만들었거나, 나는 모르고 있지만 완전히 새로 지었을 수도 있겠다.

뭐 1학년때, 담임선생님 아기 분유 산다고 수업시간에 수업은 못 듣고 (왜냐면 바로 그 담임선생님이 시킨 일이니까) 몇 km을 걸어서 심부름 다니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돌나르기야 몇번 하고 만 일이고. 돌 나르면서 몸살나서 며칠 결석하고 한 것도 아니니까. 난 몰랐는데 그때 여학생 몇은 아기 돌본다고 수업 못 듣고 선생님 댁에 가서 아기 돌보았단다. 초등학교 1학년들이. 걔들도 뽀송뽀송한 아기들인데.

40년도 넘은 일이니. 그때 20대 초반이었을 담임선생님 아마 정년퇴직 하셨지 싶다. 어쩌면 그 진상짓으로 진작 직위해제되셨을 수도 있지. 사람사는 세상이었다면 말이다.

군사부 일체라. 사가 이정도이니 군이 어째도 참아야 하는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