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로 살기 2024. 10. 4. 02:12

미쿡에 20대에 나와서 50대가 끝나가는 중이니 오래 있기는 했다. 처음 올땐 작은 가방 하나에 미국돈 200불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오래 버티기도 했다.

 

5년만 일하고 귀국하자 라고 생각했는데, 5년을 일하고 보니, 미국서 5년 일한 사람이 우리나라에 돌아갈 자리는 없었다. 그러니까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자기 아랫 자리로 들어오는 것을 볼 사람도 없고, 우리나라에서의 공백이 (비록 그 공백기간 꽉 차게 해외에서 같은 일을 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지) 있는 사람을 뽑을 회사도 학교도 우리나라에는 없었다. 지금은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저게 우리나라에서 적응을 못해서 해외에 나간 넘일테니 안 뽑는게 맞아 라고 생각하고들 있었을지도. 또 생각해 보면 그리 적극적으로 알아보지도 않았다. 나는 여전히 젊었고 하는 일은 여전히 재미있었으니.

 

그냥 눌러앉았다. ^^

 

나는 운이 좋아 우리나라 분들이 많은 이곳 실리콘밸리에 살고 있고, 따지면 내 삶에서 가장 긴 기간동안 산 지역이고 산 집이기도 하다. 어머니 말씀에 따르자면, "아가때 하던 거랑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데 돈을 받는다니 신기하네". 아 물론 어머니가 내가 하는 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어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민자'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그런 진한 어려움은 전혀 못 보고 살았다고 해야겠다. 가장 큰 어려움은 부모님과 떨어져 있다는 것.

 

다 큰 사람이 부모님 없어 아쉬울 일은 없겠지만, 하루 하루 달라지시는 부모님을 가까이에서 모시지 못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불효다. 충이니 효니 하는 것은 유교적 사고방식이라고 하지만, 그게 다 '나'를 위한 것이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덜컥 가시고, 어머니만 남아 계시니 죄책감은 더 크지만 딱히 돌아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주 가끔씩이지만 때 밀어드리던 아버지 등이 그립다.

 

30년도 넘게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인디안 서머인가. 요 며칠 부쩍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