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궁 유감 2025. 3. 4. 05:13

아방궁은, 중국사를 전공하지 않은 나로서는 전문성이 없는 얘기지만, 진시황과 관련된 전설속의 궁궐이고 어디 있었는지 조차 확실하지 않나보다. 규모는 당연히 모르지만, 여튼 말도 안되게 크고 화려한 건물을 아방궁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전직 대통령의 퇴임후 거처는 보통 전직대통령 경호하는 분들의 거처와 함께 짓게 되므로, 일반인의 가옥보다는 조금 더 크게 짓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전직 대통령들 대부분은 이런 거처가 시골에 위치해서 규모가 조금 더 크더라도 실제로 건축비나 유지비가 매우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아방궁이라는 근거없는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다.

 

최근에 여당 관계자 몇이 전직 대통령이셨던 그렇지만 탄핵되어서 더이상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받으면 안되는 박근혜씨의 자택을 다녀왔단다. 언제인지는 알 수 없고. 이 자택은 당연히 경호하는 분들이 같이 거주하지 않으므로 일반인의 가옥보다 더 클 이유도 없고 만약 더 크다면 그 자금 출처를 엄정히 따져봐야 하는 것은 이분이 국정농단 사건 및 부정축재 사건으로 매우 엄중한 벌을 받았었기 때문이며 형사 처벌은 사면복권으로 면제받았다고 치더라도 민사 책임은 무한히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분의 자택이 정말 아방궁이라고 불려야 마땅하지 않냐는 목소리가 있다. 그 근거는 딸랑 사진 한장인데, 그 사진 한장이 시사하는 바가 자못 커 보인다. 그 사진에는 수척해 보이는 전직 대통령과 함께 (연세를 생각하면 혈색이 좋으시다고 해야겠지만 말이다) 현 여당 의원들을 포함한 방문객이 다소 소탈해 보이는 의자와 테이블에 둘러 앉아있는데.. (여기까지는 별 문제 없어보이지만), 그 천장이 매우 높다. 이건 단순히 광각 카메라를 사용한 문제는 아닌듯 해 보인다. 최소 5m이상은 훨씬 넘어보이는데, 이건 일반인의 가옥에서는 흔히 보기 힘든 매우 화려한 구조다. 거기다 무척 고가로 보이는 샨델리에까지 보이는데 이런 물건은 일반인의 가옥에서는 단순히 청소하기 힘든 것만으로 쉽게 선택하지 않는다. 즉, 가옥을 정기적으로 청소/관리하는 분들이 따로 계시다는 얘기다. 물론 5m 이상의 천장을 딸랑 두세평짜리 거실에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은 상식.

 

그리고 내 눈에 보인 것은 그 소탈해 보이는 테이블과 의자다. 이 테이블과 의자.. 극히 고가의 작품이다. 아 물론 그 작품을 모방한 제품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의 제품이다. 그래 의자 하나가 좋은 차 한대 값을 쉽게 넘는 문화재급. 그런 의자가 저기 많은 방문객들 하나 하나가 쓰고 있는 것일 것이다. (아니면 사진 앞에 보이는 사람들만 비싼 의자에 앉았을까 ? 다섯개 남짓 ?) 찻잔도 심상찮지만 그 사진만으로는 알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이런 너무나 명백한 문제들을,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실제로는 전혀 화려하지 않은 가옥을 물어뜯은 똑같은 기레기들이 단 한마리도 지적하지 않는다. 선택적 치매라고 본다. 아 물론 부정축재를 저지르지 않고 평생 개미처럼 열심히 모은 분들이 저런 사소한 ! 사치를 하는 것은 당연히 전혀 문제가 안된다. 그렇지만 나라를 말아먹은 사람의 주위에서 보이는 사치는 왜 국고에 환수되지 않는지가 궁금해 질 뿐이다.

 

추신. 박근혜 사저는 구글맵에서 검색하면 금방 나온다. 집 자체도 상당히 크지만, 그 근처 가옥들을 모조리 뜯어내거나 개축한 것이 눈에 띈다. (아마도 안가거나 누군가가 돈을 댄 경호원 거처 인듯 하다) 좀 표를 덜 내고 증개축 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길건너편 동부지는 메워버린 듯. 어차피 높은 담으로 가려서 사저에서는 뵈지 않는다. 보도된 사진의 전면창으로 보이는 전망과 잘 맞는 것으로 보아 구글맵의 사저가 맞는듯 하다. 주위 다른 건물은 높은 담으로 막아져 있지 않다. 네이버 지도에 찍으면 사저에서 조금 떨어진 카페를 찍어준다. 물론 원래 건물이 바로 근처라 쉽게 알 수 있다. 또 초대형 태극기가 아주 인상적이다. 근처 블록에 있던 건물들은 다 뜯어낸 듯 한데, 테크노폴리스 (길건너 고층 아파트) 에서 보면 사저 내부가 잘 보일 듯도 하다. 여기까지 뜯을건가 ? 카카오지도 거리맵이 제일 잘 나온듯. 카카오맵에 따르면 사저 정문 앞 길에 박근혜씨 "등신대" 사진도 있다. 아마 찾아온 분들이 기념사진 찍으라고 설치한듯.

 

추추신. 사진은 누가 찍었을까 ? 설마 사진사 까지 대동하고 갔는데 그 사진사는 테이블에 앉을 자격이 안된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