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를 오래 구독해본 사람은 리빙포인트라는.. 나름 쓸모있을 수도 있고 가끔은 실소를 터뜨리게하는 글을 알고 있다. 이걸 어떻게 스크랩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옛날에 스크랩을 해본 적이 있다) 들어가서 둘러보다가.. 중국 기업은 펄펄 나는데.. 하는 사설을 보게 되었다.

사설이니 누가 썼다는 얘기는 없지만 조선일보 편집진 전체가 동의하는 내용이라 믿는다.

무역이란 것은 언제나 전쟁이다. 약육강식의 전쟁이고 총칼만 없지 언제 어떤 식으로라도 경쟁 기업을 이기려고 공격과 방어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산업혁명후 영국이 독식하던 무역 시장을 미국이 어느 틈엔가 끼어들어서 전세계 경제를 주름잡다가, 그 제조업이 일본으로 넘어가서 일본이 전세계를 주름잡다가 지금은 우리나라가 몇가지에 있어서는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 뒤를 중국이 맹추격하고, 일부는 이미 상당히 추월해버린 부분들도 있다. (예: 우주개발, 전투기, 민항기, 항모,..)

각국의 경제 상황은 언제나 변한다. 내수가 얼마나 큰지, 경제 체제가 어떤지도 흥망성쇠의 큰 조건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사설은 살짝 재미있는 결론을 낸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노동제가 우리나라 산업을 망하게 만드는 원인이란다. 중국이 우리를 추월해버린 저런 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노동제가 얘기되기도 전에 이미 추월해버린 산업들이다. 이것만 봐도 조선일보의 저런 견해는 살짝 웃기다.

여기쯤 가면, 도대체 우리나라 산업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런 쪽이야 전문가들이 많겠지만, 새로운 산업을 일구어 나가고, 지금 우리가 앞서는 산업에서 앞서는 것을 지속하려면 무엇을 하건 꼭 필요한 것이 '혁신'이다. 혁신에는 경험이 필요하고, 열정이 필요하다. 노동자를 대우해 주지 않으면 경험과 열정을 갖춘 사람을 기업에서 유지할 수가 없다. 즉 최저임금을 포함한 모든 임금 인상, 처우개선, 노동시간 축소는 우리나라 산업을 망하게 하는 원인이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이 생존하는데 꼭 필요한 변화이다. 주 52시간 근무를 불평할 것이 아니라 아직도 주 32시간 근무제를 권장하지 않는것을 개탄해야 한다. 혁신은 밤샘에서 나오지 않는다.

농사를 지어도 특별하게 하고, 자동차를 만들어도 특별하게 하고, 칩을 만들어도 특별하게 하고, 배를 만들어도 특별하게 해야 세계를 이끌고, 살아남는다. 이제 혁신은 생존이다.

부하직원들의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고리타분한 관리자들, 일용직/임시직을 고용해서 어떻게든 인건비를 줄여보려는 경영진들이 우리나라 산업을 고사시키는 분들이다. 이분들을 내몰아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직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노동시간을 줄이고 처우를 개선할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이 그 이익을 독식하고 대기업은 그 독식한 이익을 극소수 사람들에게 몰아주기때문에 (즉 도둑이 많아서) 재원이 부족한 것 뿐이다. 이런 것은 세금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물론 세금은 국회가 정해야 하는데 국회가 자*당 때문에 동작을 안하는게 문제긴 하다. 우리나라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현재 체제를 유지하면 앞날은 조선일보가 지금 두려워하듯이 어둡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진단은 완전히 틀렸다. 우리나라 신문들중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조선일보, 실망이 크다.

세금을 올리면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뜬다구 ? 그럴 기업들은 이미 이익을 우리나라에 돌리지 않는다. 즉 떠나더라도 피해가 없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