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민정당의 황태자 노태우가 629 선언이란걸 했다. 70년대 80년대를 거치며 쌓여온 민주주의에의 열망이 탁-억 사건을 계기로 범시민운동으로 걷잡을 수 없이 켜지던 때, 그 열망에 초를 친 사건이다. 눈을 뜨고 있던 일부는 그걸 사기선언이라고 분개했지만, 그 사기에 넘어간 수많은 사람들은 이제 사람사는 세상이 온 줄 알았다.

 

629가 국민에게 돌려준 것은 직선제. 그렇지만, 당시 해금되어 이미 개인의 영달에 눈이 어두웠던 양김씨는 후보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선거에 임했고, 결과는 참패였다. 그 이후는 '보통사람'이라는 거짓말로 포장된 5.5공화국의 시대. 부정선거였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만에 하나 후보단일화가 되었었다면 아무리 서슬퍼런 5공이라고 할지라도 단일화된 야당 후보의 당선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87년 그 싸늘했던 겨울날, 맨손으로 밀가루풀을 벽에 칠하고 벽보를 붙이면서 다녔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겨울만 이겨내면 봄이 오리라... 33년이 훌쩍 지나 봄이 조금씩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