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HDMI 일을 시작한지 30년째 된다. 이 쪽을 잘 아는 분들이라면 아니 HDMI가 나온지 20년 밖에 안되었는데 무슨 30년 하겠지만, 여튼 그렇다.
한가지 일을 하고 살았지만,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선생님 한분과 몇몇 대학원생들의 손에 의해 시작된 HDMI는 이제는 굵직굵직한 80여개의 회사가 참여하는 Forum이 되었다. 오늘 새벽에도 많은 회원사들이 모여서 갑론을박 했지만 (다른 표준기구들과는 달리 출석률이 ㅎㄷㄷ하다. 매출에 직결되는 표준이라 그런가 보다), HDMI Forum은 거의 언제나, 지금의 또는 미래의 HDMI에 대해 열심히 의논하고 있다.
지금부터 30년 뒤의 HDMI는 어떤 모습일까. DDWG시절, HDMI의 꿈을 꾸면서, 10년은 거뜬히 버틸 표준을 만들자 라고 했었는데, 그러고도 또 10년이 더 흘렀다. 지금 진행하는 일들이 반영되면 앞으로 10년은 또 거뜬히 버틸듯도 하고 그 뒤의 10년의 계획도 이미 진행중에 있다. 이 바닥에서 5년 버티는 걸 만들기 어려운데 20년이면 잘 버틴거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30년 뒤에도 지금 쓰는 것과 똑같이 생긴 콘넥터를 쓰고 있을까 ? 콘넥터 란게 그때까지 남아있기나 할까. 비디오 라는게 그때까지 남아있기나 할까. 막연한 의문이 아니라, 많은 가능성들 중에 어느 가능성 쪽으로 갈까가 궁금한 거다.
산업에서 표준이란게 각 기업의 혁신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있었더랬다. 25년 정도 된 옛날 얘기이고, 지금은 없어진 National Semiconductor에서 주장하던 거다. 거기에 대한 반박이,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서, 핸들을 왼쪽으로 틀면 차가 왼쪽으로 가고, 오른쪽으로 틀면 차는 오른쪽으로 가야한다. 제일 오른쪽 끝에 있는 페달을 밟으면 차는 가속을 해야 하고, 그 왼쪽에 있는 페달을 밟으면 차는 서야 한다. 이런게 표준이다. 이게 헷갈리면 자동차 라는게 매우 위험한 물건이 된다. 표준이 바로 서야 혁신을 할 여지가 생기는 거다" 였다. (Scott Slinker가 한 말이다. 잘 있나 모르겠다)
오늘도 (벌써 어제다!) 이런 표준의 기본에 대한 얘기가 잠시 나왔었다. 기본이 안된 사람이 아직도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