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2015. 9. 29. 15:06

9개월째에 붙잡아주면 일어서길래, 조금 빨리 걷겠군 했단다. 그런데 어느날 털썩 주저앉더니 그렇게 오래 울었단다. 그러고는 주저앉으면 아프더라는 것을 기억하는지 다시는 일어서지 않고, 기지도 않고 앉아서 돌아다니더란다. 앉아서 돌아다니는데 정말 재빠르게 돌아다니더란다. 동네 사람들은 쟤는 못 걷나보다 수근거리고.

돌이 훌쩍 지나 몇달이 더 지난 어느날, 엄마는 (아직도 못 걷는) 나를 안고, 마루가 넓은 집에 마실을 가셨더란다. 마루 한쪽 구석에 세워놓고 엄마랑, 그 마루 넓은 집 할매는 마루 대각선 반대쪽 끝에 가서 이리온 하셨단다.

쭈뼛쭈뼛.. 주저앉자니 아프겠고, 그냥 한걸음에 냅다 엄마한테로 뛰어왔단다.

그렇게 나는 걸음마 한번 안하고, 뛰기부터 했단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제대로 걷지도 뛰지도 못하나 보다. 불편하지 않게 걸어다니기는 하지만, 걷는 모습이 재밌는 모양이고, 뛰는것 역시 불편하지 않게 뛰어다니지는 하지만, 남들만큼 빠르지는 않고, 아마도 뛰는 모습은 더 재미있는듯.

뭐든지 제 나이에 하는 법이 없고 늦기만 한. 그렇게 살아온 삶이다.

몇해전에 본가에 갔더니 엄마가 검지손가락 정도 길이의 고무신 한켤레를 내놓으신다. 내가 신던 거란다.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옥색 고무신. 내가 신으면 꼭 발이 부르트는데 엄마가 신겨주면 괜찮아서 신기하다 생각했던. 그땐 신에 좌우가 있는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