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생각하면 서울대 법대 79학번, 아무리 돌대가리시라도 9수만에는 붙어야 하지 않냐 하기 쉬운데.. 우선 일반인이라면 9수 하기전에 자살하거나 (너무나 안타깝지만 이런 경우가 제법 있다), 다른 살길을 찾는다. 그렇게 오랜 기간동안 시험공부만 할 사치를 부리는건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러니 9수를 했다는 얘기는 일단 집이 잘 산다는 얘기고 굳이 사법시험 따위는 볼 필요도 없었다는 얘기. 그러니 9수를 하겠지.
그런데 어떻게 붙었을까. 물론 잘하는 애들은 학부 2학년이나 3학년에 붙어서 법대를 졸업해야 하나 안해야 하나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사법연수원에 최종학력 제한이 없나 ? 나는 전혀 모른다. 어쩌면 조변석개한 부분일 수도) 내가 도서관에서 공부할때도, 새벽 네시에 줄서는 애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당시 아침 7시부터 열었나 그런데.. 줄은 새벽 네시부터 선다. 네시부터 서는 이유는.. 기숙사 문을 수위 아저씨들이 네시부터 열어주기 때문. (도서관문이 아님에 유의) 물론 기숙사 규율은 아침 7시부터인데 학생들이 다 원하니 수위 아저씨들이 산책 나가면서 문을 실수로 열어두는 식으로 학생들과 타협을 보곤 했다.. 줄이 네시부터니 도서관 수위 아저씨들도 불쌍해서인지 여섯시 되면 문을 열어줬다. 불도 안 켜진 첫 새벽에 캄캄한 열람실을 성큼성큼 걸어다니는 애들은 공부 좀 하는 애들. 그 아래가 열람실 불키는 애들. 그 아래가 열람실 불키는 애들을 전설처럼 여기는 애들. ^^) 상당수가 사법시험 준비하는 애들이다. 밤 열시반에 대학본부 앞에서 스쿨버스 타러 가봐도 대부분은 사법시험 준비하는 애들. (참고로 대학본부 앞에서 출발하는 스쿨버스는 밤 열한시에 한번 더 떠나는데 그 버스는 서는 곳이 제한되어 있어서 대부분 학생들은 열시반이 가장 늦은 버스다. 물론 도서관에서 공부 좀 안 해본 학생들은 열시/열시반/열한시 세번의 스쿨버스편이 있다는 것도 모른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수업없는 시간 빼먹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버릇하면, 도서관에서 늘 보는 얼굴이 빤해서, 다들 얼굴 정도는 안다. 이상한 프락치 하나 끼면 금방 들킨다. 실제로 도둑을 하나 잡은 적도 있다.
여튼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당시엔 난다긴다 하던 서울대 애들도 머리깎고 공부해야 붙는게 사법시험이긴 했다. 9수는 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79학번이라 나보다는 나이가 좀 있기는 한데, 9수를 했으니 사법시험을 보고있을때 내가 서울대를 다니긴 했다. 그런데 전혀 얼굴을 본 기억이 없으니.. 아마도 공부는 도서관에서 하지는 않은듯. 법도를 사용했을 수도 있지만,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은 모두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했다. 당시에는 말이다.
여튼 왜 9수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열심히 공부해야 붙는 시험이기는 하지만, 8번 낙방할 정도로 어려운 시험은 아니라는게 중론. 글씨를 이쁘게 써야 한다고 글씨체 연습 열심히 하는 애들이 많기도 했다.
그런데 재밌는 얘기가 올라왔다.. 어느날 결혼식 갔다가 오는 차안에서 이때까지 한번도 나오지 않는 부분 정독하면서 올라왔는데 그게 시험에 나왔고 그래서 붙었다는.. 말도 안되는 뜬 소문이다. 아무래도 소설이겠지 ? 이 정도 소설을 쓰기는 쉽지 않다고 보면.. 그 한번도 시험에 나오지 않은 부분을.. 정독까지 하라고 알려준 사람은 누구일까 ? 원래 all A받던 애들이면 시험기간에 엉뚱한 책만 보고 있기도 해. 시험공부란건 시험기간에 하는건 아니니까. 그런데 9수가 시험에 안나오는 내용을 정독까지 했다구 ? 사법시험 합격자. 전수 조사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 간단히.. 당시 시험 문제를 다시 주고 시험을 보라고 하는거야. 너무 많이 봐준다구 ? 우리나라는 검찰공화국이잖아. 검사한테 당연히 엄청나게 유리해야지. 그래서 원래 시험 점수만큼 안나오면 그동안 월급 만 다 토해놓고 파면이지. 원래 시험점수보다 더 나오면.. 뭐 그건 봐주고.
부동시도 군 신체검사할때는 심각해서 면제를 받은 분이, 검사 임용할때는 멀쩡하다는 서류를 제출했다고 하니.. 검사 임용에 부동시가 결격사유는 아닐 거라는 짐작을 해보면.. 아마 부동시가 아닌듯 해. 부동시는 저절로 낫는건 아니라고 하거든. 그냥 그렇다구. 여러가지 기적이 밥먹듯이 일어나는 우리 굥. 소중히 지키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