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된 얘기다. 미쿡 사는 내가 코스트코 양재점에 가는 일은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도 하다.
사실 이 얘기는 코스트코에 직접 해야 하는 얘기이고.. 이 칭찬은 전체에 대한 칭찬이라기 보다는 한 직원에 대한 칭찬이라 그 분 실명을 밝혀야 마땅하겠지만.. 요즘엔 그런 일이 딱히 그런 분에게 좋게 돌아가지만은 않은 이상한 나라인지라.. 익명으로 남기고자 한다. 남자 직원이지만, 성별이 중요한건 절대 아니라고 보고.. 양재 코스트코 내부에서는 이 정도만 얘기해도, 몇년 지난 얘기여도 누군지 쉽게 짐작을 하리라고 본다.
우리 엄마는 연세가 매우 높으시고.. 잘 못 걸으신다. 코스트코에 가면 카트를 보행기 마냥 밀 수 있어서 거기서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시고, 평소에 스무걸음도 못 걸으시지만, 코스트코에만 가면 두시간은 보행기(!) 밀고 거뜬하시다. 물론 다녀온 다음에 오는 몸살은 뭐 어쩔 수 없고. 그 날도 코스트코에서 두시간 가량 쇼핑을 마치고.. 계산을 막 해야 하는 상황인데 줄이 장난아니다. 엄마는 목이 무쟈게 말라서 뭐라도 사다가 마시자고 하시는데. 산 것은 계산을 마쳐야 마시지 ?
다행히 계산하는 곳 부근에 누군가 남겨둔 의자가 하나 있어서 일단 엄마는 거기 앉으시고, 아무 직원이나 붙잡고 어떻게 할 수 없냐고 묻고 있는데, 한분이 불쑥 나타나서 따라오시란다. 따라갔더니 코스트코 직원 사무실로 데려가서는 자기 책상에서 직원용 스티커가 붙은 생수를 한병 주신다. 이거는 안에서 마실 수 있으니 일단 이거 마시면서 기다리세요.
이것 부터 시작해서 그날 계산하고 엘레베이터 타고 나오기까지 (줄은 줄대로 서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었지만 그것까지 기대한 적은 없다) 엄마 안 불편하게 배려를 해 주셨다. 자기 일도 무쟈게 바쁠텐데. 너무 고맙고.. 하수상한 우리나라에도 (물론 당시에는 주모가 주 168시간 근무하느라 과로사 직전일 상황이기는 했다. 지금처럼 나라가 막 돌아가서 주모 얼굴도 잊어 버린 상황과는 완전히 다르긴 했지) 그 빛 같은 분이 계시다는 생각을 하면, 아직 우리나라도 희망이 있기는 할 듯 하다.
요약: 리사 쑤가 빛이긴 한데 우리나라에는 양재 코스트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