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읽어서 재수없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법시험을 9수를 하고도, "우연히 읽은 내용에서 시험이 나와서 합격"하는 쾌거를 이루었는데도 서울대 법대를 합격한 것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스무자 남짓한 내용을 못 외어서 세번 커닝하는 실력으로 우연히 읽은 내용이라고 합격한다는게 가능이나 한건가 궁금하긴 하다)
뭐 사실 서울대 별건가. 아무나 들어가는 곳이기는 하다. (서울대 못 들어간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그런데 서울대에서도 몇개 과는 합격이 참 어렵다. 문과에서는 서울대 법대 법학과가 군계일학이고 (경제학과가 두번째 정도 되기는 하지만 법대의 벽을 넘기는 어렵다), 이과에서는 공대 전자공학과 였다. (의대 의예과와 자연대 물리학과가 있기는 하지만 정원이 커서 커트라인은 언제나 조금씩 밀린다. 물론 좋은 과들이다. 과를 커트라인으로 비교하는 것은 천재를 IQ하나로만 비교하는 것처럼 매우 멍청한 짓이다) 이 차이는 단지 입시의 커트라인 뿐만 아니라 공통되는 교양과목의 내부 커리큘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같은 교과서를 쓴다고 해도 커버하는 깊이와 범위가 같은 서울대 안에서도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났었다. (물론 옛날 얘기다. 전자공학과가 전기공학부로 바뀐지도 매우 오래 되었다) 뭐 공대 학과들의 부침은 꽤 심해서 한때는 화학공학과가 공대의 단연 최고 학과였다. 그래서 내가 학교다닐 당시에는 최고일때 입학하셨던 당시 화학공학과 선생님들이 자신의 수준에 안 맞는 학생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시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그런데도 법대 학격이 수상한 것은 사실이다. 9수 정도가 합격할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서울대 법대 법학과도 학력고사 성적 184점이 합격한 적이 있기는 하다. 그 분이 현재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는 알 수 없다. 이 184점 합격자는 윤석열씨는 아니다. 우선 윤석열씨는 79학번이고 184점 합격자는 내가 알기로는 81학번이다)
[그때의 사회면] ‘관악마운틴 노루 점핑’ (seoul.co.kr) [그때의 사회면] ‘관악마운틴 노루 점핑’ 내년 대입설명회가 시작됐다. 역대 대학입시 가운데 가장 혼란스러웠던 때는 1981년이다. 본고사 폐지와 졸업정원제라는 갑작스런 입시제도 변경 탓이다. 이해에 서울대 등 유명 대학의 많은 학 m.seoul.co.kr 그런데 실력이 모자란다고 서울대를 못 들어가느냐 그건 아니다. 한 방법은 정원외 입학이다. 정원외 입학은 보통 외국인이나, 또는 고등학교 시절 외국에 오래 체류해서 수험준비가 부족할 수 있을 학생의 불이익을 해소해 주기 위한 제도인데, 솔직히 내가 고등학생때는 그런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들어가보니 그렇게 들어온 애들이 제법 있었던듯. 당시엔 해외 여행도 쉽지 않을때였는데 말이다. 요즘 상황 같으면 부모가 국민의 힘당이면 무죄. 민주당이면 삼족을 멸할 궁극의 죄악 되겠다.
여튼 그런 정원외 입학생은 학번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학번은 아마 가나다 순이었을텐데 (내 경우에는 그랬다. 내가 79학번 법대는 아닌지라 학번이 다르거나 단과대학이 다를 경우 달라질 수도 있다) 정원외 입학생은 제대로 입학생이 끝난 다음 다시 가나다 순으로 학번이 부여되어서 차이가 많은 경우 쉽게 알아 볼 수 있었다. 법대 학번 아는 사람 ? (졸업앨범 이름이 틀린 것은 아무도 신경 안 쓰더라. 나는 그게 제일 거슬리두만. 법대 아이들은 그런거 안 틀린다. 그런거 틀리면 사법시험 어렵거든) 그런데 정원외로 들어왔다고 실력 차이가 많이나나.. 그건 모르겠다. 다만 우리 동기에 정원외로 들어온 애들은 단 한명도 우리랑 같이 졸업하지는 않았다. 그 중 졸업한 아이들이 있기나 한지는 모르겠다. 굳이 졸업정원제라기 보다, 졸업하려면 맞추어야 하는 자격요건이 조금 있는데, 이게 그냥 아무렇게나 만족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매우 쉽게 만족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예: 4년 통산 평점 2.0이상, 학사경고/학사근신 등등)
참고로 우리때도 배짱지원의 예외는 아니어서 약간명이 2지망에서 합격했는데 (즉 1지망은 미달. 난 ?), 이 경우는 학번도 제대로 부여되므로 누가 누군지 알 수는 없는데, 똑같은 숫자의 학생들이 2학년 올라갈때 유급을 했다. (등수로 유급을 시킨게 아닌데도 말이다) 그 두가지 그룹 사이에 교집합이 존재하는지는 확인할 방법은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그리고 그들 중 단 한명도 우리 1년 후배들이 졸업할때도 우리 2년 후배들이 졸업할때도 졸업하지 않았다. 잘 있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인터넷에 이름을 검색해 보아도 나오지도 않는다. (물론 내 이름으로도 검색이 안된다. 나는 미쿡에 거주하니 영어로 검색해야 내가 나온다)
지금은 서울대 아무나 들어가고 아무나 졸업하는지 몰라도 "라떼는" 그렇지 않았다. 아마 79학번에서는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니까 정원외 입학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윤석열 씨가 언제 귀국했는지 모르지만, 어릴때 일본에서 자란 기간이 있기는 했을것이다. 내 기억에 당시 규정은 고등학교를 아예 해외에서 나왔어야 하고 체류기간이 그 3년보다 상당히 더 길었어야 했던듯 하다. 내 기억에도, 이 정도면 정원외로 뽑아주지 않으면 못 들어오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해외 체류한 정원외 입학 상당수가 유력인사 자제분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당시에는 꿈에도 하지 않았다. 멍청했었는지 순진했었는지. 그러니까 만약에 윤석열씨의 고등학교 동문들이 존재한다면, 윤석열씨는 정원외 입학은 아닐 것이다. 만에 하나 동문들이 존재하는데 정원외 입학이라면 ?
추신: 2024년3월18일. 정상적으로 국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셨다는 설이 있다. 재밌군. 9수의 원인은 원래 놀기 좋아하셔서 그렇다는데.. 그건 사실 당시 서울대 수준을 몰라도 한----참 몰라서 나오는 말이다. 서울대에서 잘 나가는 학생들은 원래 공부 열심히 안한다. 술 마실거 다 마시고 마이티/당구 다 치고 공부는 잘 한다. 이건 사법시험도 시험이라 잘 나가는, 즉 예를 들면 법대 재학중인, 학생들은 공부 열심히 안한다. 책 보고 시험 잘 보는게 특기인 아이들이다. 시험 못 본다는게 뭔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잘 하는 아이들의 수준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상상을 아득히 초월한다. 언젠가 은사 한 분이 그런 얘기를 하신 적이 있다. "내 시험 단 한번이라도 만점 받는 학생이 나온다면 실패한 시험이다. 그 학생의 실력을 측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데 그 선생님 시험에도 만점자 두세명이 꼭 나온다. (이 선생님 시험이 조금 쉽기는 했지만, 전공시험이니 당연히 주관식 시험이고, 만점이란 얘기는 풀이과정과 답 전체가 선생님 마음에 쏙 들었다는 얘기다. 배운 내용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는 물론이고, 너무 당연하지만, 이런 시험에는 언제나 배우지 않은 내용들이 다수 출제된다) 당시 서울대에는 괴물들이 많았다. 나는 법대 졸업생이 아니지만 법학과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운동권은 공부 못했을 거라는 착각을 하는 분들도 있다. 물론 수배당해서 아예 출석을 못할 상황이 되면 공부를 못했을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라면 학생운동과 성적은 별로 상관관계가 없었다. 그 한 증거로, 학생운동에 적극적이었던 분들 중 상당수가 현재 국내외에서 교수를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운동 열심히 하던 애들이 교수 많이 하고 있다. ㅋㅋ)
추추신: 2024년 3월 25일. "책 보고 시험 잘 보는게 특기"란 말에 오해의 여지가 있다. 당시 서울대 아이들이 책을 많이 보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보듯 책을 보지는 않는다. 조금씩만 보면, 책의 상당부분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정도의 느낌이랄까 ? 그래서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아도, 열심히 책보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잘 안다. 깊이도 있고. (이쯤 되면 암기과목이고 이해과목이고 하는 차이는 전혀 없어진다. 당연한 얘긴데, 상당수는 다들 이렇지는 않다는게 이해가 안간다고 생각한다) 상상이 안가겠지만, 그냥 많이 다르다 생각하면 된다. 당연히 교과과정에 나오지 않는 내용이 주로 나오는 시험도 잘 볼 수 밖에 없다. 입학 커트라인과 실력의 상관관계는 그리 크지 않다. 커트라인은 꼴찌의 성적이고, 실력을 그 과의 평균 성적 이라고 생각하면 얼추 비슷하다. 무관하지는 않지만 그리 대표성이 크지는 않다. 예를 들면 입시에서 1지망 미달난 (따라서 커트라인은 엉망인) 우리과의 경우 교양과목 성적은 다른 어떤 과의 교양과목 (같은 과목 비교) 성적보다 한참 높았다. 물론 성적이 높다고 실력이 높다는 얘기는 또 아니다. 어디나 괴물들이 많아서. 그렇지만 당시에 교양은 상대평가였는데, 과평균이 만점에 근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공은 어차피 다들 괴물들이라 비교하는게 별로 의미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