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사도광산을 국제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것을 우리나라가 부당하게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내 생각엔 그들은 그것을 그대로 믿고 있는듯 하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사도광산이 국제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사도광산을 소개하는 모든 문건에 이곳에 한국의 노동자들이 강제로 끌려와서 노역을 했다는 기록을 남기기만 한다면 말이다. 사실 똑같은 문제가 군함도가 지정될때도 불거졌고 일본은 그러겠다고 약속하고 지정되었다. 그런데 일본은 그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이번엔 그런 약속도 없다. 이제는 무슨 소리를 해도 믿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하나보다.

 

왜 일본은 자신의 흑역사를 숨기거나 거짓말로 일관하는 걸까 ? 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봉건사회다. 지금도 그렇다. 봉건영주 (쇼군)가 농노를 전적으로 지배하는 사회, 고훈시대부터 조금씩 모양이 바뀌어오긴 했지만 아직도 그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쇼군에게 농노는 사람이 아니다. 쇼군과 농노 사이에 있는 사무라이들도 쇼군에게는 사람으로 안 보일텐데 사무라이도 사람으로 안보는 농노가 쇼군에게 사람으로 보일리가 없다.

 

사람이 아닌 것을 강제로 끌어와서 노역을 시켰는데 그게 범죄로 보일리가 없다. 731 부대 (생체실험부대, 아우슈비츠는 731에 비교하면 소꼽장난도 아니다), 종군위안부 (국가 주도의 유괴/성폭행 제도) 등의 말이 안되는 반인륜 범죄에 대해 전혀 뉘우치지 않는 일본의 입장이 이해가 가는 이유이다. 근대적 개념에서 일본이라는 집단은 인류이기를 포기한 범죄집단이다. 그걸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게 포인트. 그래서 개인으로의 일본인들은 매우 좋은 사람들이지만, 집단으로의 일본은 주변 국가 모두와 어느 정도의 분쟁을 항상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에게.. 2차대전에서 일본 편에서 싸운 나라를 꼽으라고 하면, 미국을 꼽는단다. 그게 일본교육의 현주소다. 그러면서도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떨어뜨린 미국을 증오하는 모순이 존재하는 나라, 기회만 된다면 미국에, 특별히 뉴욕과 LA에 핵폭탄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되뇌는 나라다. 핵미사일을 만들 모든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일본.

 

물론 지금은 공식적으로는 쇼군도 사무라이도 농노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조금만 들춰보면 그 존재는 일본 사회 곳곳에 잘은 보이지 않지만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유리벽으로, 유리천장으로 존재한다.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일본 사람들이 자신이 실은 농노인데도 쇼군인양 착각하고 살아간다. 그렇지만 자신이 농노라는 사실은 생활 습관에 깊이 스며있다. 그리고 사무라이/쇼군 계급을 차지하는 것들은 일본 사회를 철저하게 옥죄면서 자신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일본을 착취하고 있다.

 

후쿠시마 발전소 잔해에서 청소작업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일본 곳곳에 거의 백년째 살고 있는 재일(한국인)들에 대한 차별이나 테러는 다반사이고, 더이상 뉴스에 나오지도 않는다. 아직도 암암리에 남아있는 부라쿠민은 일본인들 속에도 저런 넘을 수 없는 계급이 존재한다는 분명한 증거다. 일본 수상의 아버지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들이 모조리 쟁쟁한 일본의 정치인들인건, 단순히 집안이나 교육만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다른 계급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일본은 특이한 곳이다. 나라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많다.